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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남자의 특별한 우정을 담은 영화가 있다. 영화 <그린북>은 인종차별이 심했던 시대에 흑인 피아니스트와 차별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백인 운전기사가 만나며 시작한다. 오늘은 인종차별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우정으로 풀어나간 영화 <그린북>의 정보 및 줄거리, 시대배경, 리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정보 및 줄거리
영화의 제목인 <그린북>은 1930년대 발간된 여행 가이드북이다. 이책은 단순한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라 흑인 운전자를 위한 가이드북이다. 당시에는 자동차산업이 발달하며 자동차로 장거리를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목적지의 숙박, 식당, 주유소, 휴게소의 정보를 주는 책이 인기가 있었다. 우리가 지금도 알고 있는 프랑스의 '미쉐린 가이북'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흑인을 위한 이 특별한 가이드북이 필요했던 이유는 당시 만연했던 인종차별 때문이다. 호텔이나 음식점, 주유소, 화장실까지 백인 전용으로 지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고 법으로까지 지정하여 대놓고 흑인을 차별하는 시대였다. 그렇기에 <그린북>과 같은 흑인을 위한 가이드북은 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종류의 것이었다. 뉴욕에 거주하는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는 남부로 투어를 떠나게 된다. 돈 셜리는 그동안의 흑인의 이미지와 매우 상반되게 학식이 높고, 우아한 말투를 사용하며 매너 또한 좋다. 한마디로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것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장치로 작용한다. 그동안 흑인을 무식하고 문화적으로 낮다고 차별했던 토니 발레롱가가 그의 운전기사로 남부투어에 함께 하게 된다. 토니 발레롱가는 그동안 차별했던 흑인의 모습과 너무 다른 돈 셜리를 보고 차별의 말은 한마디도 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자신보다 똑똑하고 교양 있는 돈 셜리로부터 정제된 말투를 사용해라, 매너를 지켜라 등 훈계를 듣게 된다. 이렇게 투닥투닥 지내며 보이지 않게 우정이 쌓여가는 가운데 인종차별이 극심한 남부에 가까워진다.
시대배경
영화의 배경이 된 1960년대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인종차별이 당연시 되는 분위기였다. 특히 미국남부의 인종차별 의식은 뉴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다. 이처럼 남부와 인종차별의 정도가 달랐던 이유는 지리적 요인에서 기인한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같은 미국 해안 지역들로 수많은 이민자들이 들어왔다. 그렇기에 그곳에는 많은 문화와 종교가 섞이는 분위기였고 사람들도 그에 익숙해지며 서로 공존하며 살아갔다. 그에 비해 미국 내륙, 특히 남부지역은 전통적으로 유럽 귀족의 기호품인 담배나 목화를 재배하여 수출하며 살아간 역사가 있다. 그 사업의 노동력은 흑인 노예였다. 그들은 자신의 사업을 위해 흑인노예가 중요했고, 노예들이 폭동을 일으킬 것에 대비해 그들에게 가혹한 차별을 가했다. 19세기가 되며 노예제도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고 국제적으로 노예제도를 금지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 남부지역에서는 여전히 노예제도를 유지하길 원했고 이는 남북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흑인에게도 투표권이 생기게 되었으나 실제 투표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 깡패를 조직하여 흑인의 투표와 집회를 방해하며 흑인들이 투표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또한 조부모가 투표를 하지 못했으면 손자도 투표를 할 수 없거나, 문맹인이면 투표를 할 수 없는 등의 악법의 제정으로 실질적으로는 투표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연방대법원에서 인종별 구역을 나누는 것이 합헌이라는 판례를 남기며 사람들은 그 판례를 방패 삼아 사회적, 경제적 차별이 계속 이어지게 됐다.
리뷰
당시에는 흑인이 백인을 추월하여 운전할 수 없다,는 법까지 있었다는 사실에 인종차별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같은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비참한 일 이었을까? 지금과 같이 평등이 상식이 된 시대에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도 그와 같은 차별은 존재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보이지 않는 선을 긋는다. 돈 셜리와 토니 발레롱가는 서로가 완전히 달랐지만 같은 차를 타고 같이 먹고 생활하고 같은 풍경을 보았다. 그러면서 전혀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그들이 각별한 친구가 되었다. 같은 생활을 하며 다른 삶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그 사람과 친구가 되기 전에는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 이해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지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혼자 지내는 것도 매우 유익하나 그런 시간들이 많아지면 너무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나노시대라 불리며 파편화된 세대에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 영화를 보며 신분, 학식, 문화적 배경 등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도 친구가 된다면 그 '다름'은 서로에게 '매력'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