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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농촌에서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며 자신의 내면을 치유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청정 힐링 영화를 표방한다. 오늘은 자연으로 훌쩍 떠나게 싶게 하는 영화, 요리를 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정보 및 원작과의 비교, 줄거리, 리뷰에 대해 소개해 보려 한다.
정보 및 원작과의 비교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일본에서는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두 편으로 나뉘어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사 신범수 대표는 리틀 포레스트의 원작 일본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아 리메이크하고 싶었고 임순례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했다. 일본판을 만화와 영화가 거의 같다. 임순례 감독이 연출을 맡게 되어 각색을 할때 원작을 최대한 훼손하지 말라는 조건이 있었다. 제목이 똑같아야 한다, 캐릭터를 바꾸면 안 된다, 등이 그렇다. 그러나 각색이 꼭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아이들을 키우고 자기 삶을 찾아 떠나는 여성들이 한국보다는 비교적 많은 듯 하다. 한국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고 봤고 감독은 그런 한국의 특징을 고려해서 두 가지 각색의 과정을 거쳤다. 엄마가 혜원을 떠나고 혜원이 시골로 돌아와 기억 속 엄마에 관한 상처를 회복한다. 이렇게 한국적 정서를 반영한 시나리오를 일본어로 번역한 후 원작자에게 보냈고 허락을 받아 영화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 외에 바뀐 부분은 영화의 분량이다. 우선 일본판처럼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누진 않았다. 내용을 압축시켜야 해서 에피소드와 요리를 반 정도 덜어내야 했다. 일단 공감이 안 됐던 엄마의 가출 부분인데 엄마가 갑자기 떠나는 것이 납득이 안 돼서 사연을 추가했다. 원작에서는 딸이 너무 어릴 때 떠난 것을 한국에서 성인으로 인정받는 20대가 되는 수능 끝나는 지점으로 설정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리틀 포레스트>는 순 제작비가 15억 정도의 저예산으로 출발해 손익분기점은 80만 정도였는데 15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다.
줄거리
혜원(김태리)는 임용시험에 떨어진 충격으로 고향으로 내려온다. 고향 집은 고모가 관리해 준 덕분에 잘 유지되어 있었고 혜원은 돌아오자마자 밭에서 배추를 따서 요리를 해 먹는다. 다음 날, 집에 남아있는 재료만으로 수제비를 끓여 먹는다. 고향에 온 것을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단짝친구 은숙(진기주)이 찾아온다. 혜원은 시험에 떨어지고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힘들어 복잡한 도시를 떠나 고향에 왔다. 수능이 끝나고 돌연 자신을 떠나 연락이 되지 않는 혜원의 엄마(문소리). 가출한 엄마에게 화가 낸 혜원은 보란 듯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서울로 상경한 것이었다. 친구 재하(류준열)는 혼자인 혜원을 걱정하여 진돗개를 그녀에게 주고 간다. 혜원은 고향 집에 있는 동안 엄마의 레시피로 엄마를 떠올린다. 잠깐 머뭇렀다 가기로 한 혜원은 자신의 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해답을 찾기 위해 고향에 조금 더 머물기로 한다. 어느 날 혜원에게 엄마의 편지가 도착한다. 편지에는 감자빵 레시피가 들어있다. 자연 속에서 혜원의 삶에 대한 고민들도 조금씩 정리되어 간다. 그리고 편지에 쓰여 있던 엄마의 말들도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날 밤 혜원은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혜원은 친구들에게 쪽지를 남기고 떠난다. 그렇게 봄이 되고 혜원은 다시 고향에 돌아왔고 그곳에서 자신만의 인생을 시작한다.
리뷰
천천히 요리에 집중하는 모습과 그 속에서 수저 부딪치는 소리, 휘휘 반죽을 휘젖는 소리 등 요리하는 소리가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영화 속 계절의 변화와 순박한 친구들의 모습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담담하게 요리에 집중하는 모습, 조용하고 느릿한 흐름에서 자연스레 치유의 지점을 찾아가는 듯 하다. 일본 원작보다 조금 더 관계에 치중하고 혜원의 엄마를 등장시켜 혜원의 내면을 더 분명하게 파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구들이 등장해 더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지친 현대인들은 언제나 도시를 떠나 싶어 하고 힐링을 원한다. 그렇기에 요즘 '러스틱 라이프'가 유행이긴 하나 영화에서처럼 농촌을 그저 평화로운 힐링의 장소만은 아니다. 실재 농촌에서의 삶은 아침 일찍 일어나 뜨거운 햇빛과 바람, 기후와 싸워가며 행하는 중노동의 현장이다. 농촌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 역시 혜원이 겪는 것처럼 느리고 모두가 친절한 것은 아니다. 실제 나의 마을에서는 사람들과 싸우는 일이 빈번하고 이웃끼리 고소, 소송이 오가는 도시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분쟁의 공간이다. 어쩌면 어릴 때부터 알아 온 가족과 같은 이웃과 싸우고 헐뜯는 것은 더 인간성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농촌에 대한 판타지가 과하게 펼쳐지는 듯하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판타지기에 영화는 그 지점을 영화로 펼쳐 보인 듯하다. 어찌 됐건요즘 지쳐버린 현대인들은 어떠한 모습으로든 위로와 힐링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농촌의 풍경과 지글지글 소리를 내가며 익어가는 음식들, 친구들과 술을 기울이며 소리내어 웃어보는 시간들, 어릴 적 엄마의 음식들. 이 모든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잠시나마 힐링을 주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