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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요리사 오이가 파인 다이닝의 세계에 들어가며 성장하는 영화 <헝거>. 영화는 태국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상류층의 탐욕을 요리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요리를 통해 들여다보는 신랄한 세상의 민낯을 <헝거>를 통해 만나보자. 오늘은 영화 <헝거>의 정보 및 배우, 줄거리, 리뷰에 대해 소개해 보려 한다.
정보 및 배우
태국영화 <헝거>는 2023년 공개됐다. 영화 제목 hunger는 굶주림, 배고픔을 뜻하는 단어이다. 영화에서는 각자의 굶주림, 즉 허기에 빗대어 등장인물 개개인 갈망과 욕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주인공 오이역의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은 영화 <배드 지니어스>에서 뛰어난 암기력과 천재적인 두뇌로 커닝을 도와주는 역할로 나오며 태국배우가 익숙지 않은 한국에서도 비교적 낯이 익은 배우이다. 1996년 생인 그녀는 그 영화로 2018년 58회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최고신인상과 12회 아시아 필름 어워즈 신인상, 2017년 16회 뉴욕 아시아 영화제 떠오르는 아시아스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차갑고 카리스마 있는 셰프 폴을 연기한 자야나마 노파차이는 1973년 태국출생으로 태국과 독일 혈통에서 오는 이국적인 마스크를 가지고 있다. 태국영화는 낯설지만 생각보다 영화산업이 활발히 시작된 곳이다. 1960년대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영화시장이 가장 처음 발달했고 1991년 아시아에서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처음 도입된 나라이기도하다. 한동안 침체된 모습을 보였으나 <베드 지니어스>와 같은 화제작, <헝거>와 같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킨 영화를 선보이며 태국영화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줄거리
방콕의 시장 길거리 식당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오이'는 맏이로서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장사를 하고 있다. 어느날 유명 다이닝 식당의 셰프 '톤'이 오이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고 그녀에게 자신이 일하는 식당에 오디션 보러 오기를 제안한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친 오이는 자신도 이제 특별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톤을 따라나선다. 오이는 파인 다이닝 식당 '헝거'에서 메인 셰프 '폴'의 테스트에 합격하여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 폴은 그녀에게 고기를 완벽하게 굽는 미션을 주고 그녀는 밤을 새워 그 미션에 성공한다. 막대한 권력과 부를 가진 상류층의 집에서 요리하게 된 폴과 셰프들. 그곳에서 오이는 사업가 톳을 만나고 그에게 명암을 받는다. 오이는 상류층 요리를 하며 자신이 삶이 초라하다고 느끼게 된다. 한편 수셰프 톤과 함께 식재료를 구하러 다니며 요리를 대하는 그녀의 시선도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톤은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하며 오이와 톤은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 오이는 아버지의 식당에도 변화를 주려 하지만 아버지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폴의 식당에서 식재료 고기가 없어진다. 식당 셰프 중 한 명이 가져간 것을 알고 폴을 가차 없이 그를 해고한다. 또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고용주의 딸에게 새우육수를 사용한 셰프와도 언쟁 끝에 사고가 일어난다. 사고로 다치게 된 폴은 병원에 입원하고 오이는 음식을 해서 폴을 찾아간다. 그러면서 폴의 사연을 듣게 된다. 폴은 어릴 적 어머니가 부잣집에서 가정부로 일했고 어린 자신이 몰래 집주인의 음식을 먹다 걸려 비참한 일을 당했다고 한다. 그때 당한 그 '분노'의 동기로 요리를 하게 된 것이다. 퇴원 후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거물의 요리를 하게 된 폴은 천연기념물을 사냥하여 불법으로 요리를 하게 된다. 이에 크게 실망하여 오이는 폴의 식당을 떠난다. 그리고 사업가 톳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식당을 열게 되고 유명인사의 파티에서 폴과 요리 경연으로 다시 마주하게 된다.
리뷰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고 프랑스의 미식가 앙텔므 브리야 샤바랭은 말했다. 그만큼 무엇을 먹는지,는 자신의 식생활과 생활배경, 가치관까지 말해 주며 개인에 대해 생각보다 큰 정보를 제공한다. 단순한 음식메뉴의 종류만 가지고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심심한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이는 맵고 짜고 강렬한 맛이 전해지는 음식을 좋아한다. 영화 <헝거>는 음식을 더 깊이 있게 신분과 사회적 지위의 차이에서 바라봤다. 부자는 오래전부터 좋은 식재료를 가지고 고급 요리를 즐겨왔다. 하지만 요즘에는 일반인들도 그런 고급 식문화를 즐기려 하고, 즐길 수 있다. 케이크 하나에 몇 십만 원이 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선주문이 이미 끝나 예약조차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니 고급 식문화에 대한 선망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그 순간이라도 음식이 주는 특별함을, 그 특별한 지위를 누리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 다른 사람에게 보여줌으로 내가 어떤 사람임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영화에서는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오이는 마지막에 자신이 어린 시절 먹었던, 자신에게 행복을 주었던 그 소박한 음식으로 돌아간다. 누구에게 보여주고 경쟁하는 것에서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행복을 주는 그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거기에는 그 어떤 값비싼 음식이 줄 수 없는 추억과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며 고급 레스토랑의 화려한 음식보다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하는 것과 뭔가 다른 엄마의 계란말이, 짭조롭하고 부드러운 오징어 조림이 떠올랐다. 엄마의 젊고 생기 있는 모습과 어린 나의 모습도 떠올랐다.